12월 28일 수요예배 말씀
사도들의 시대에 곳곳에 복음이 전해지면서, 무엇보다 중요했던 것은 ‘예수님은 어떤 분이신가’에 대한 분명한 답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바울 역시 각 교회에 서신을 보내면서 예수님이 하나님이심을 전하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왜 인간의 몸으로 오셔야 했는지를 전했습니다.
바울은 골 1:15에서 ‘그는 보이지 아니하는 하나님의 형상이시요 모든 피조물보다 먼저 나신 이시니’라고 예수님을 설명합니다. 예수님이 곧 하나님이심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입니다. 피조물보다 먼저 나셨다는 것은 예수님이 하나님의 창조 사역에 함께 하셨다는 뜻이기에 이도 역시 예수님이 하나님이심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만물이 그에게서 창조되되 하늘과 땅에서 보이는 것들과 보이지 않는 것들과 혹은 왕권들이나 주권들이나 통치자들이나 권세들이나 만물이 다 그로 말미암고 그를 위하여 창조되었고’(골 1:16)라는 말씀은 예수님이 창조에 참여하셨다는 점을 넘어 모든 만물의 창조된 목적 자체가 예수님을 위한 것이었음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분명 하나님이십니다.
예수님은 인간의 몸을 입으셨지만, 하나님으로서 전혀 부족함이 없으십니다. ‘아버지께서는 모든 충만으로 예수 안에 거하게 하시고’(골 1:19)라는 말씀은 예수님께서 하나님으로서의 모든 것을 다 가지고 계셨음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제 바울이 전해야할 또 다른 문제는 하나님이신 예수님께서 왜 육신으로 세상에 오셨는가에 대한 것입니다. 하나님이 인간이 되셨다는 것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자신을 낮추는 것입니다. 창조주이신 분이 피조물의 모습이 되셨을 뿐 아니라, 인간은 죄로 인해 타락한 상태였기에 그 안에 함께 거한다는 것은 추악한 어둠에 자신을 던지는 것과 같은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C.S.루이스는 예수님의 성육신을 ‘잠수부’에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해저의 깊은 어둠 속에 감춰진 보물을 건지기 위해 빛이 없는 바닷속으로 내려가는 잠수부의 모습에서,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의 성육신을 찾은 것입니다. 예수님의 손길이 죄로 퇴색한 우리에게 닿으면, 빛 가운데로 건져올려지고, 원래의 모습을 회복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비유는 예수님이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하신 일들의 기능과 목적을 이해시킬 수는 있지만, 인간의 모습으로 내려오신 예수님의 성육신에 담긴 낮아짐의 깊이를 다 이해시킬 수는 없습니다. 그 사랑의 깊이는 우리가 도저히 다 알 수 없는 것입니다.
골 1:20에서 바울은 ‘그의 십자가의 피로 화평을 이루사 만물 곧 땅에 있는 것들이나 하늘에 있는 것들이 그로 말미암아 자기와 화목하게 되기를 기뻐하심이라’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성육신의 낮아짐을 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우리와 화목케 되심을 통해 예수님이 느끼시는 기쁨은 그 낮아짐의 감정을 상쇄시킬 만큼 크다는 의미입니다. 이것이 구원의 은혜이며 신비입니다.
성도 여러분, 예수님은 육신으로 오셨을 뿐만 아니라, 십자가에서 피를 흘리시며 죽으심을 통해 구원을 이루기 위한 그 낮아짐을 완성하셨습니다. 예수님의 성탄을 지내면서, 이 낮아짐의 은혜를 감격 속에 묵상하시면서 우리가 받는 사랑의 깊이를 헤아려 보시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