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3일 금요심야예배 말씀
예수님이 유대 땅을 두루 다니실 때에, 어떤 이들은 기적을 통해 예수님을 만났고, 어떤 이들은 말씀을 통해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모두 예수님을 만나 믿게 되는 방법이었지만, 어느 것이 더 좋은 만남인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만남 이후 어떻게 예수님께 나아가는가에 있습니다. 예수님이 자신을 찾아오심을 경험하고도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은 많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베드로는 예수님을 말씀으로도, 기적으로도 만난 사람입니다. 눅 5:3에는 예수님께서 그의 배에 오르신 채로 호숫가의 사람들에게 말씀을 전하시는 장면이 나옵니다. 베드로는 그 무리와 함께 예수님의 말씀을 들은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일을 마무리하면서 그 말씀들을 들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사실 이때 들은 예수님의 말씀은 신학적으로는 ‘로고스(logos)’에 가깝습니다. 즉 듣는 이 모두에게 전해지는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그러나 말씀을 마치신 예수님은 눅 5:4에서 베드로에게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으라’라고 말씀하십니다. 베드로 한 사람을 향해 주신 말씀입니다. 신학적으로 ‘레마(rhema)’에 해당하는 말씀입니다. 베드로 개인의 삶을 향해 전해진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사실 이 말씀은 그에게 큰 내적 갈등을 일으킵니다. ‘선생님 우리들이 밤이 새도록 수고하였으되 잡은 것이 없지마는’(눅 5:5)이라는 말에는 오랫동안 어부로 살아온 자신이 밤새도록 노력을 했는데도 잡지 못했다는 자기 주장이 담겨 있었습니다. 물고기를 잡는 일과는 거리가 먼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은 자신의 경험과 생각과 충돌을 일으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베드로가 그 말씀에 순종했을 때, 그물이 찢어질 정도로 고기가 잡히는 ‘기적’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로써 그는 예수님의 말씀과 기적을 동시에 체험하는 경험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기적을 만난 베드로의 반응에 대해 눅 5:8은 ‘시몬 베드로가 이를 보고 예수의 무릎 아래에 엎드려 이르되 주여 나를 떠나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 하니’라고 기록합니다. 그 짧은 순간 그는 자신의 무엇에 대해 ‘죄인됨’을 느낀 것일까요? 그는 그동안 자신의 삶의 모든 부분을 회개했을 것입니다. 자기 생각과 힘으로 살아왔던 삶이 예수님의 말씀과 이적 앞에 그 헛됨이 드러났을 때, 그는 열심히 살아왔노라 여겼던 자신의 삶이 하나님과 멀리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자신이 죄인임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이전 장인 눅 4:31~44에는 가버나움에서 귀신 들린 자들과 병든 자를 고치시는 예수님의 모습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가버나움 사람들은 예수님이 떠나시지 못하도록 만류했지만(눅 4:42), 그들의 목적은 예수님의 이적을 계속 누리고 싶어하는 마음일 뿐이었습니다. 마 11:23에서 예수님은 ‘가버나움아 네가 하늘에까지 높아지겠느냐 음부에까지 낮아지리라 네게 행한 모든 권능을 소돔에서 행하였더라면 그 성이 오늘까지 있었으리라’라고 말씀하시며, 이적에만 눈을 두고, 회개할 줄 모르는 이들을 향한 안타까움을 보이셨습니다.
성도 여러분, 베드로는 자신의 죄인됨을 고백한 후, 모든 것을 버려두고 예수님을 따릅니다. 이적이 이전의 그의 삶을 풍성하게 한 것이 아니라, 아예 바꿔버리게 된 것입니다. 말씀으로, 기적으로 예수님을 만나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전의 삶을 회개로 돌이키며 예수님을 따르는 것입니다. 이 놀라운 삶의 변화를 이루어 가시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