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9일 금요심야예배 말씀
바울은 로마서에서 ‘나의 복음’이란 표현을 씁니다. 롬 16:25에서는 ‘나의 복음과 예수 그리스도를 전파함은 영세 전부터 감추어졌다가’라고 썼으며, 롬 2:16에서는 ‘곧 나의 복음에 이른 바와 같이 하나님이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사람들의 은밀한 것을 심판하시는 그 날이라’라고 기록했습니다. 로마서를 통해 전하는 내용이 곧, 자신이 만난 복음이란 점을 자신있게 밝히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하나님의 복음에 대해 전하면서 ‘나의 복음’이란 말을 쓴다는 것은 매우 교만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바울은 ‘나의 복음’의 중심이 예수 그리스도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이 만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증거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로마서의 시작인 롬 1:1~4부터 자신을 ‘예수 그리스도의 종’이라 칭한 바울은 복음이 바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임을 밝힙니다. 자신이 믿는 복음의 정체성을 먼저 확증한 것입니다. 예수님을 직접 만난 적이 없는 바울이 이토록 예수 그리스도를 강조하는 것은 당시로서는 놀라운 가르침이었습니다. 게다가 바울은 유대인 가운데에서도 율법주의자요, 바리새인이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이 하나님의 복음임을 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고후 5:19에서는 ‘곧 하나님께서 그리스도 안에 계시사 세상을 자기와 화목하게 하시며 그들의 죄를 그들에게 돌리지 아니하시고 화목하게 하는 말씀을 우리에게 부탁하셨느니라’라는 말씀 속에서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을 만나는 것이 복음이라고 말합니다.
그의 이런 확신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받은 죄사함의 은혜 때문이었습니다. 다른 유대인들이 ‘의로움’이 하나님을 믿는 신앙의 근본이라고 여길 때에, 그는 롬 6:17~18에서 ‘ 하나님께 감사하리로다 너희가 본래 죄의 종이더니 너희에게 전하여 준 바 교훈의 본을 마음으로 순종하여 죄로부터 해방되어 의에게 종이 되었느니라’라고 말합니다. 죄로부터 자유해져야 의의 종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로마서 7장에서 바울은 자신이 얼마나 죄로 인해 고통받는 존재인지를 밝힙니다. ‘내 속 곧 내 육신에 선한 것이 거하지 아니하는 줄을 아노니 원함은 내게 있으나 선을 행하는 것은 없노라 내가 원하는 바 선은 행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원하지 아니하는 바 악을 행하는도다’(롬 7:18~19)에서 바울은 너무도 솔직하게 자기 안에 있는 악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내 속사람으로는 하나님의 법을 즐거워하되 내 지체 속에서 한 다른 법이 내 마음의 법과 싸워 내 지체 속에 있는 죄의 법으로 나를 사로잡는 것을 보는도다’(롬 7:22~23)에서 ‘법’이란 말은 ‘힘’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 괴로움의 절정은 롬 7:24의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내랴’라는 탄식에서 드러납니다. 그러나 죄의 힘을 이기지 못하는 자신을 이렇게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은 그 죄의 법에서 자유케 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 때문입니다. 죄를 지을 수밖에 없으나, 용서함을 받는 은혜, 이것이 바울이 자랑하는 ‘나의 복음’이었습니다. 그것이 죄 가운데 하나님께 감사를 드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자, 기쁨의 근원이었습니다.(롬 7:25)
성도 여러분, 우리도 바울과 똑같은 복음을 들었고, 똑같은 은혜 가운데 살고 있습니다. 죄의 힘 아래에서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하는 우리를 예수님은 용서하시고, 하나님과 화목하게 하셨습니다. 이것이 우리 신앙의 정체성이며, ‘나의 복음’임을 잊지 마시고 세상 속에 증거하시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기도합니다.